엄마가 직업으로 피아노를 가르치세요
그런데 그냥 피아노 선생님이 아니라 음악 치료사니까 주로 다른 선생님들이
피아노 학생으로 잘 안 받아주는 사람들을 가르치세요 (장애인, 양로원에 계시는 어르신, 왕따, 싱글맘 등등) 멋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엄마가 맡은 일 다른게 몇게 더 있어서 아주 바쁘게 생활하십니다
요새는 여름학교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 바빠져서 내가 이번주부터 엄마 대신 일주일에 몇번씩 레슨을 해드리기로 했어요
전에도 엄마 대신 가르친 학생을 이번주 만나서 가르쳤어요
이 분은 한국권이기 때문에 한국어로 가르칩니다
원래 서로에게 반말 쓰면서 레슨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잠깐만 내가 왜 반말 쓰고 있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반말을 썼을까?'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냥 우리는 그만큼 친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것만이 진짜 이유가 아니었던 거 같아서 찔렸어요
'이 분이 나보다 나이 많지만 장애인이어서 내가 나도 모르게 남들보다 다르게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아무리 선생-학생 관계라고 해도 그쪽이 먼저 나한테 반말을 했었더라도 내가 지금 이러는 것이 옳은 걸까?'
나는 과외를 좀 많이 해봤는데 한국어를 가르쳐드린 적도 있었어요
한국어 배우는 그 분과도 어느정도 친해졌지만 그분한테는 존댓말을 유지하면서 대화를 했었거든요
'아니 나는 한국권 아닌 사람한테도 과외할때 존댓말을 유지했었는데 그 두분이 나이도 비슷한 거 같은데 나는 왜 한명한테는 반말을 쓰고 한명한테는 존댓말을 썼을까'
그리고 또 엄마가 가르치셨던 학생 중에 맨날 레슨 도중에 아주 심한 욕을 하는 학생이 있었어요
'you motherf***er' 'f*** you' *@&#&%*
다른 사람 같았으면 '아니 어디 감히 우리 엄마한테 그런 욕을?!?! 죽고 싶냐'하고 딱 죽기 직전까지만 패줬을 거 같은데 또 '얘는 장애인이잖아' 이 한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봐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매번 마음에 걸렸었거든요 너무 듣기 싫어서 너무 참기 힘들어서 집을 나가든가 이어폰 꼽고 다른 소리 못 듣게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어요
하지만 그 애는 올해 이 세상을 떠났어요
길에서 차랑 부딪혀서 목숨을 잃었어요
그 소식 듣고 기쁘진 않았어요 그 애가 살아있는 동안은 내가 많이 원망은 했었어도 이런걸 바라진 않았어요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그리고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했었어요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여러모로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여태까지 해온 것이 그들을 도와주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냥 봐주자 화 내지 말자 그냥 사랑해주자' 이게 내가 최선을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니까 내가 그들을 잘 이해한다고 착각에 빠져있었던거지 이게 나의 작은 배려라고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는 '그냥 내버려두자 제대로 가르치지 말자 그게 서로에게 제일 편할거야'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결국 계속 봐주는 것이 그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렇게밖에 성장하지 못하게 내버려둔 거 같아요
'내가 그들한테 기대를 낮춘 것이 그것 또한 그들한테 장애 하나 더 돼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마음에 좀 걸렸어요
'그래 반말 쓰고 싶으면 반말 쓰게 냅두자'
'그래 욕하고 싶으면 욕하게 냅두자'
'내버려두자' '신경 쓰지 말자' '그냥 이해해주자'
사회에서 혹은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그들을 이런 시선으로만 바라봤으니까 그 아이도 생명을 잃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너무 늦기 전에 누군가가 화도 가끔 표현을 했었으면 '옳지 않다는 것은 하면 안 돼' 이런 걸 확실히 알려줬으면 길에서 무심코 뛰어다니면 안 된다는 것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지 않았을까?
계속 '봐주는' 게 '돌봐주는' 것과는 다른 거 같아요
봐주는 것은 현재 이 순간에만 그들을 편하게 대하는 것이지만 돌봐주는 것은 그의 미래도 생각해주면서 잘 가르쳐주는 것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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