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에 있는 식구들을 자주 못 뵙니다
저희 부모님은 한국인이지만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왔습니다
대
학 다닐때까지 한국에 못 갔습니다 작년 9월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20년만에 멀리 떨어져 살던 할머니, 삼촌, 고모, 사촌, 많은 식구들과 재회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저에게는 너무나도 뜻깊은 시간이었고 평생 잊지 않을거에요
식구들과 가깝게 (적어도 같은 나라에)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워요
어린시절에 사촌들과 놀고 떠들고,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삼촌이 부모님 몰래 사주는 간식을 먹고, 그렇게 자라온 사람들이 부러워요
그렇지만 솔직히 한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 부럽진 않아요
매년 명절때마다 가정이 모이는 것은 좋지만 많은 여성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좋게 보진 않습니다
저희 친할머니는 결혼하기 전부터 헌신적인 기독교인이셨어요
시댁 식구들이 할머니에게 제사상을 매일 차리기를 강요하셨지만 할머니는 끝까지 자기 신앙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은 시댁에서 쫓겨나셨어요
할머니 얘기 들으면서 너무 속상했어요
그 동안 할머니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오셨는지 얼마나 고통스럽게 고생하셨는지 생각만 해도 정말 마음이 아파요
저희 사촌언니도 작년에 결혼하셨는데 작년 추석때 시댁으로 가서 인생 처음으로 제사 지내는 걸 도와드렸어요
물론 준비할 게 많아서 유체적으로도 지쳤지만 그것보다 더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은 감정적으로 지치는거에요
몇시간을 며칠을 시간 내서 도와드렸던 것인데 그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주방 보조원 외에서는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그래도 신혼인데.. 그래도 시댁 식구들과 처음 보내는 명절인데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좀 해주면 좋지 않았을까요
'결혼 축하드려요' '앞으로 잘 지내요'
그게 어렵나요
언니는 서빙까지 다 해주면서도 남성분들은 눈도 안 맞추고 그냥 투명인간처럼 대했어요
이 인간들은 명절때 손도 발도 업어지고 입까지 없어지냐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음식은 그래도 그렇게 잘 드실 수 있는 거 보면
조상들에게 기리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것을 반대하는 거 아니에요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고 많은 분들에게는 뜻깊은 일일 거라고 생각해요 (종교적 이유 때문에 제사에 참석하고 싶지 않은 분들을 억지로 참석하게 만드는 것도 좀 아닌 거 같지만요)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땅을 먼저 떠나가신 가족을 물론 기억해야 되고 많이 보고 싶을거에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옆에 있는 가족들도 똑같이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그들도 이 세상을 떠나갈 날이 올텐데 살아 있는 동안 잘해드리는 게 최고입니다
돌아가신 다음에 기억하고 기념해드릴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진 않을거에요
유령을 찾아다니면서 살아있는 사람들을 유령처럼 무시하고 행동하는게 좀 말이 안 되잖아요?
이런 전통을 지키는 것이 정말로 가족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면 그런 태도는 집에서부터 시작되는게 맞는 거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게 다 무의미한 의식이 되버리는 거 같아요
제사만 짖는다고 해서 훌륭한 가정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에요 평소에 잘해드려야죠
조상들도 그런 걸 가장 간절히 바라지 않겠습니까
자기 자식들과 손자들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실 거 같아요
가족은 살아있을때부터 잘해줘야 됩니다
우리 할머니와 사촌 언니가 당한 일을 떠올라면서 '여성이라서 그렇게까지 대접을 받았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한국사회는 옛날보다는 좀 나아졌을거라고 믿고 싶지만 아직은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한 거 같아요
집에서 쫓겨날때까지, 하루종일 무시당하면서까지
가정을 다시 만나는 날인데 명절이 두려워지는 시기가 아니라 설레는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가정은 정말 소중한 존재고 만날 수 없는 날이 오면 후회합니다
한국에 있는 식구들 너무나도 보고 싶습니다
옆에 있을때 꼭 잘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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