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냥 배워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애니나 일드를 즐겨보진 않았었고 지브리 영화도 성인 되기까지 보진 않았어요 저는 한국계 미국인이에요
외할아버지께서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잘하시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것은 일제 강점기때 사셨으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고 그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나서 대학을 시작하기 2주 전에 어머니께서 제가 일본 혼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충격적이었어요
"할아버지가 일본인..?"
"왜 여태까지 그 사실을 나한테 숨겼을까"
대학생활하면서 저의 정체성에 관련된 질문 때문에 많이 헤맸던 거 같아요
인종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종교, 정치, 진로 등등
저는 어른이 되기 전에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조차 의심하게 되고 저의 핵심가치를 모두 다시 고려했어요
어른이 되면 제 자신을 정말 잘 알게 될 줄 알았어요
제가 어떠한 사람인지 이제서야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제가 누군지 확실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서 솔직히 질문만 더 많아지고 답은 아직 찾는 중이에요
저는 제 자신, 우리 가족, 나라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일단 대학에 입학하고 기초 일본어 수업을 듣기로 마음 먹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하셨어요
부모님은 반일감정을 품고 있어서 제가 일본에 관심 가지는 것을 좋게 보진 않으셨어요
부모님이 그렇게까지 싫어하시는 걸 보고 그냥 포기하는게 나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여러 의견을 듣고 싶어서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들어보니까 도움이 많이 됐었고 특히 한 선배의 말에 공감이 가서 저를 설득해버렸어요
저는 그 선배에게 고민을 털면서 이렇게 얘기했었거든요
"부모님은 나보다 더 지혜롭고 나를 키워주신 분들인데 부모님 말씀이 옳은거겠지?"
그러다가 그 선배가 이렇게 말했어요
"You know what you want best."
포기하려는 참이었는데 그 말 듣고 감동받았어요 그 당시에 너무 와닿았었고 아직도 힘들때 가끔 생각나는 말이에요
"부모님이 너보다 지혜롭겠지. 너보다 인생경험도 더 많겠지. 그렇지만 부모님은 너가 아니고 너를 대신할 수는 없어. 결국엔 네 마음을 알아줄 사람은 너밖에 없어."
생각해볼수록 맞는 말이더라고요
내가 나를 알아봐주지 못하고 내 마음을 외면하면 아무도 나를 대신 '나'라는 사람과 내 마음을 알아줄 수는 없어요
저는 기초 일본어 수업을 들었고 고급 일본어반까지 공부를 계속 했어요
처음엔 부모님과 할아버지께서 싫어하셨는데 제가 진지하게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응원해주셨고 이제는 할아버지 볼때마다 저에게 일본어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들지 여쭤보라고 하셔요
저의 일본어 실력도 테스트하셔요 ㅋㅋㅋ
일본어 배운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제가 여태까지 내린 결정 중에 제일 잘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가정사이의 갈등이 생길까봐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가정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거 같아요
일본어 배우는 기회를 통해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고 다양한 경험과 지식도 많이 가졌어요
아직 20대초반이어서 잘 모르겠지만 30대, 40대, 50대 넘어서도 평생 헤매고 제 자신에 대해서 정말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안 올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제 자신에게 솔직해지고는 싶어요
'나'라는 사람과 평생 함께해야 될텐데 좀 더 신경 써주고 싶어요
Download the HelloTalk app to join the convers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