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한국에서 '가정의 달'이어서 공휴일도 많고 한편으로는 여유로운 달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비로소 기념일
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가장 부담스러운 달'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어요우리 부모님은 제가 태어나기 전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셨어요
그리고 우리 가족은 평생 미국 공휴일과 기념일을 기리고 한국 공휴일이나 기념일은 잘 안 챙겼어요
그래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로즈데이, 성년의 날 등등 어렸을 때 이런 게 존재하는지도 전 몰랐죠
하지만 한국인들의 입장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왜냐면 5월이 우리 가족만의 기념일이 많았었기 때문에요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엄마 생일, 할아버지 생신, 외삼촌 생일,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등등
특히 엄마 위해 주비해야 할 선물들이 많아서 매년 언니와 머리 굴려서 5월달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고민 많이 했어요
그래서 5월이 다가올 시기가 오면 둘이서 돈을 모으고 행사를 준비하고 매주 선물할 것을 준비했죠
미국 대학들은 학년이 5월에 끝나기 때문에 그때 기말고사도 봐야 하고 사실 많이 바쁜 시기에요
그런데도 대학에 있을때도 스튜디오 가서 엄마에게 동영상을 보내기 위해 피아노 연습도 하고 그랬어요 친구들이 그걸 보고 '와 넌 정말 대단한 효녀다'라고 생각했었지만 솔직히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것보다 뭔가 해야 할 부담감이 컸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한거였어요 한번은 아무것도 안 준비했을때 아니면 좀 뒤늦게 무언가를 보냈을때 엄마가 많이 속상하셨거든요
그래서 나도 내 할 일 있는데 자꾸 가족 때문에 부담을 갖는 거 같아서 속으로 좀 원망했어요
'우리 부모님이 한국인인데 어린이날 한번 축하한 적도 없는데 내가 왜 매년 5월만 되면 매일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긴장하고 다녀야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미국은 따로 어린이날 같은 기념일이 없어도 세계 모든 부모님들에게 매일이 어린이날인 거 같아요
사실 제가 매년 5월에 부모님에게 선물해준 것들보다 부모님이 저에게 해준 일이 훠~얼씬 더 많죠
자녀가 부모님 생각하는 만큼보다 부모님이 자녀 생각을 백배 천배 더 많이 할테고 부모님은 자녀에게 세상 모든 것을 사줄 수 있다면 기쁘게 해줄 수 있고 자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게 오히려 힘들어하시는 것보다 힘이 되죠
부모님에게 무언가를 해드리는 게 부담만 느꼈던 제가 부끄럽네요
엄마는 사실 요즘 마음고생 많이 하셔요
외할머니가 작년부터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그동안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지셨어요
엄마는 매주 할머니 보러 병원을 몇번 가시는데 방문할때마다 우울해지고 마음이 너무 앞아요
전에 할머니께 효도를 더 잘 못해드려서 후회하시고 요새 자주 하는 말이 "엄마 밥 먹고 싶다"예요 그 한마디만 들어도 마음이 찢어지더라고요
한번은 엄마가 외할아버지께 마음 속에 있는 후회를 털어놓아셨는데 할아버지가 이렇게 대답해셨어요 "괜찮아 자식이 원래 다 그런거야 나도 우리 엄마에게 효도를 못했어 지금 후회하지"
엄마가 요즘 너무 힘들어하시니까 제가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외할머니를 되줄 수는 없지만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것을 보고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점점 더 깨닫는 거 같아요 (물론 "아빠"도 소중하죠)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고서야 고마움을 안다'라고 하는데 인생을 그렇게 살기에는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인 거 같아요
지금부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면 나중에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을 거 같아요
Download the HelloTalk app to join the conversation.